[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생일이 1년에 두 번이라고?”…한국인이 들으면 신기한 루마니아의 ‘이름의 날’
루마니아와 한국의 국기와 기념일을 상징하는 케이크와 외국인 여성의 모습 / AI가 생성한 자료사진한국에서 친구들에게 루마니아의 ‘이름의 날(Name Day)’ 문화를 설명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이 있다. “그럼 생일을 1년에 두 번 보내는 거야?” 완전히 틀린 표현은 아니다. 루마니아에서는 자신의 생일 외에도 이름과 관련된 특별한 날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날이 되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고, 꽃이나 작은 선물을 받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다. 처음 듣는 한국인에게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름 자체 때문에 축하받는 날이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마니아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접하는 문화 중 하나다. 내 이름이 곧 ‘기념일’을 결정한다 이름의 날은 루마니아의 정교회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많은 루마니아인 이름은 기독교 성인들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특정 성인을 기념하는 날이 오면 그 성인의 이름이나 그 이름에서 파생된 이름을 가진 사람들도 함께 축하를 받는다. 예를 들어 안드레이(Andrei) 또는 안드레아(Andreea)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성 안드레아를 기념하는 날에 이름의 날을 챙길 수 있다. 미하이(Mihai)나 가브리엘(Gabriel)처럼 대천사의 이름과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날이 있다. 루마니아에서 매우 흔한 이름인 이온(Ion), 이오아나(Ioana) 역시 성 요한과 관련된 기념일에 축하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느 날 아침 가족 단체 채팅방에 갑자기 축하 메시지가 여러 개 올라오는 일이 이상하지 않다. “이름의 날 축하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 처음부터 큰 파티를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전화와 메시지가 계속 들어온다. 생일만큼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냥 지나치기도 어렵다 물론 이름의 날을 보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생일처럼 케이크를 준비하고 많은 사람을 초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일보다 조금 가볍게 생각한다. 친한 친구에게 축하 문자를 보내거나 가족과 저녁을 먹고, 직장 동료에게 초콜릿이나 작은 간식을 나눠주는 정도로 지나가기도 한다. 꽃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여성에게 이름의 날을 축하하며 꽃을 선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어떤 사람은 이름의 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은 거의 챙기지 않는다. 젊은 세대일수록 종교적 의미보다는 하나의 전통이나 가족 행사처럼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이름의 날인 사람을 알고 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상황에 따라 조금 서운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한국에서 친한 친구의 생일을 알고도 메시지 하나 보내지 않는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이다. 흰색 배경에 빨간 핀으로 표시된 달력 / 셔터스톡 한국 친구들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 “그럼 이름이 여러 개면?”. 이 문화를 설명하다 보면 재미있는 질문들이 나온다.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정하는 거야?” 그렇다. 일반적으로 성이 아니라 이름(first name)과 관련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름의 날이 있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전통적인 기독교 성인의 이름에서 유래한 이름은 연결되는 기념일을 찾기 쉽지만, 현대적이거나 외국에서 유래한 이름은 뚜렷한 이름의 날이 없을 수도 있다. “이름이 두 개면 축하도 두 번 받아?” 루마니아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름을 두 개 가진 사람도 많다. 그리고 두 이름 모두 각각 다른 성인과 연결된다면 이론적으로는 이름의 날이 두 번 생길 수도 있다. 한국 친구들은 여기까지 들으면 웃으며 말한다. “그럼 생일보다 더 좋은데?” 실제로 어린아이 입장에서는 생일 외에 선물 받을 기회가 한 번 더 생기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마리아’라는 이름은 조금 복잡하다 특히 흥미로운 이름 가운데 하나는 마리아(Maria)다. 루마니아에서도 매우 흔한 여성 이름이지만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기념일에는 지역이나 가족에 따라 축하 방식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일반적인 이름의 날처럼 축하하지만, 종교적으로 중요한 날이기 때문에 축하보다는 경건하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차이는 이름의 날이 단순히 “이름이 같으니 파티하는 날”이 아니라 원래 종교적 전통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는 그 종교적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축하하는 사람도 많지만, 가족과 세대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날에는 거리 전체가 축하받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름의 날이 재미있는 이유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축하받는 사람도 한꺼번에 늘어난다는 것이다. 루마니아에서 매우 흔한 이름과 관련된 성인의 날에는 가족 중 한두 명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친척과 친구, 직장 동료까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름의 날을 맞을 수 있다. 아침부터 메시지를 보내야 할 사람이 계속 생각난다. “아, 이 친구도 오늘이네.” “우리 삼촌도 이 이름이지.” “회사 동료에게도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SNS에서도 이름의 날 축하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사람의 개인적인 기념일이라기보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작은 축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장식용 리본으로 장식용 리본을 묶은 골판지 상자에 생일 선물. / 셔터스톡 한국 친구들에게 이름의 날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부분 처음에는 매우 신기해한다. “누가 알려줘? 달력에 써 있어?” “사람들이 정말 선물도 줘?” “그럼 내가 루마니아 이름을 하나 만들면 나도 받을 수 있어?” 그러다 마지막에는 거의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생일 하나 더 있는 것 같아서 좋다.” 하지만 루마니아 사람에게 이름의 날은 반드시 또 하나의 생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중요한 종교적 기념일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가족에게 전화를 받는 날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친구들과 한잔할 좋은 핑계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름이 어느 날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누군가를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묻고 생일을 기억하게 된다. 루마니아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이 더 붙을 수 있다. 수천 명이 같은 날짜에 태어날 수 있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도 같은 이름의 날을 공유한다. 하지만 축하를 받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이름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루마니아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생일도 아닌데 “오늘 축하받았어”라고 말하더라도 놀랄 필요는 없다. 케이크에 초를 하나 더 꽂을 만큼 나이를 먹은 것도 아니다. 그저 그날은 자신의 이름을 축하하는 날이었을 뿐이다. 한국에는 낯선 문화지만, 알고 보면 꽤 매력적인 전통이다. 생일을 기다리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오늘은 네 날이야”라고 말해줄 이유가 하나 더 생기기 때문이다.